날씨가 조금씩 선선해지면 옷장을 다시 열게 됩니다.
작년에 넣어둔 가을옷을 꺼냅니다.
멀쩡합니다. 사이즈도 맞고, 유행이 완전히 지난 것도 아닙니다.
작년에는 꽤 자주 입었던 옷입니다.
그런데 거울 앞에 서보면……
“이거 왜 이렇게 입기 싫지?”
옷에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다른 옷이 눈에 들어옵니다.
결국 쇼핑몰을 열어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옷은 그대로인데 왜 마음은 달라졌을까요?
👕 옷은 그대로인데 나는 작년과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년 가을과 올해 가을 사이에는 1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좋아하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고,
편하다고 느끼는 옷이나 자주 입는 스타일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물건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옷을 고르는 데에는
지금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지도 어느 정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년에 마음에 들었던 옷이 올해 갑자기 이상해진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옷을 좋아했던 나와 지금의 내가 조금 달라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는
“이게 나한테 잘 어울리는데.”
했던 옷이 올해는
“지금 나하고는 조금 안 맞는 것 같은데.”
가 될 수 있는 겁니다.
🍂 계절이 바뀌면 옷만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 반팔을 넣고 긴팔을 꺼냅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옷장만이 아닙니다.
공기가 달라지고,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앞으로의 생활 장면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새해나 생일처럼 시간이 한번 나뉘는 순간에는 뭔가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도 이런 시간의 경계가 새로운 시작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가을이 왔다고 누구나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 때문에 새 옷을 산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옷장을 여는 순간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들어옵니다.
“이번 가을에는 뭘 입지?”
그 질문에는 지금 가지고 있는 옷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가을을 보내고 싶은지도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 작년 옷에는 이미 알고 있는 내가 있습니다
작년에 자주 입었던 트렌치 재킷를 떠올려봅니다.
어떻게 보이는지 압니다. 입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도 압니다.
이미 여러 번 경험한 옷입니다.
반대로 쇼핑몰에서 처음 보는 재킷은 아직 입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옷을 입고 출근한 적도, 가을 거리를 걸어본 적도 없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 옷에는 기존 옷과 조금 다른 것이 붙을 수 있습니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새 옷이 반드시 작년 옷보다 더 예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잘 알고 있는 옷보다 아직 입어보지 않은 옷에서
조금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 그래서 멀쩡한 옷을 두고도 쇼핑몰을 켜는 걸까?
물론 이유가 전부 심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올해 유행하는 핏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체형이나 생활패턴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는 참았던 불편함이 올해는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고,
새 시즌 상품을 계속 보다 보니 새로운 스타일이 눈에 익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하나로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옷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다면,
옷이 변한 것만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옷을 바라보는 내가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작년 옷은 그대로인데,
그 옷을 입을 나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새 계절마다 우리가 사고 싶어지는 것은 정말 새 옷뿐일까요?
어쩌면 그 옷을 입고 시작할
아직 보지 못한 내 모습 함께 사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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