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세트를 봅니다.
여러 가지 제품이 보기 좋게 들어 있습니다.
가격도 봅니다.
“음…… 이 정도면 괜찮네.”
그런데 이걸 내가 먹는다고 생각해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필요한 것만 사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
같은 ‘나’입니다.
🛒 내 거 살 때는 5천 원도 큽니다
3만 원짜리 선물세트가 있습니다.
옆에는 3만 5천 원짜리가 있습니다.
구성은 비슷한데,
포장과 디자인은 이쪽이 조금 더 근사합니다.
평소 내 물건을 사는 거라면 아마 이랬을 겁니다.
“5천 원이나 더 비싸네.”
그런데 오늘은 선물을 고르고 있습니다.
3만 5천 원짜리를 다시 봅니다.
“5천 원밖에 차이 안 나는데……”
결국 이쪽을 집습니다.
……
내 것을 살 때는 나를 말리던 5천 원이
선물을 살 때는 슬쩍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 싼 걸 찾았는데, 너무 싸면 또 안 됩니다
그래도 조금 아껴볼까 싶습니다.
할인 상품을 봅니다.
쿠폰도 찾아봅니다.
가격을 비교하다가 꽤 가성비 있는 선물세트를 발견합니다.
“오, 이거 괜찮은데?”
자세히 봅니다.
가격도 좋습니다.
그런데 손이 바로 가지 않습니다.
“……너무 싼 거 아닌가?”
잠깐.
분명 가성비를 찾고 있었습니다.
찾았습니다.
그런데 고민합니다.
너무 싸 보여서요.
비싸면 비싸다고 내려놓고,
싸면 너무 싸다고 내려놓습니다.
선물 하나 사는데
가격표 양쪽에 지뢰가 있습니다.
결국 제가 원하는 건 조금 복잡합니다.
가성비를 택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싸 보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명절 쇼핑은 난이도가 제법 높습니다.
👀 처음에는 분명 그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다른 선물도 봅니다.
이번에는 받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이걸 좋아하시려나?”
옆에 있는 것도 봅니다.
“이게 더 괜찮으려나?”
조금 더 찾아봅니다.
“이건 너무 평범한가?”
다른 걸 집어봅니다.
“이것만 주면 좀 그런가?”
그러다 이런 생각까지 합니다.
“이거 줬다가 너무 성의 없어 보이는 거 아니야?”
……
가만.
처음에는 분명
“이걸 좋아하시려나?”
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성의 없어 보이려나?”
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받는 사람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한참 고르다 보니 내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언제 카메라가 이쪽으로 돌아왔지?
📦 결국 내가 찾던 말은 하나였습니다
이것도 봤습니다.
저것도 봤습니다.
아까 내려놓은 것도 다시 봅니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처음 봤던 선물세트 앞에 또 서 있습니다.
가격을 봅니다.
포장을 봅니다.
잠시 생각합니다.
“음…… 이 정도면 괜찮겠네.”
드디어 나왔습니다.
선물을 고르면서 한참 찾던 말입니다.
“이 정도면 괜찮다.”
받는 사람이 정말 이걸 원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아직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조금 놓입니다.
“그래, 이 정도면 괜찮겠지.”
선물은 아직 건네지도 않았는데……
안심이 된 건 '나'였습니다.
🦝 이제 진짜 심사만 남았습니다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선물을 건넵니다.
받는 사람이 웃습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오~~
그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
이번 명절도
‘눈치고사(考査)’, 이 정도면 통과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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