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에 편의점 갔는데 왜 다들 밥을 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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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릅니다. 

물 하나 사고, 과자나 하나 집어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시락 코너 앞에 사람이 서 있습니다.

하나를 들었다가 내려놓고, 

다른 도시락을 집어 뒤를 봅니다. 

꽤 진지합니다.

옆에서는 삼각김밥 두 개를 고르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밥을 먹는다고?

그러고 보니 전자레인지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 지금 11시 맞는데?



시계를 다시 봅니다.

23:08.

맞습니다. 밤 11시입니다.

이 시간이면 편의점에서 야식부터 떠올렸습니다.

컵라면 하나.
과자 한 봉지.
아이스크림 하나.

그런데 지금 냉장고 앞에서는 도시락을 고르고, 

김밥을 고르고, 샌드위치를 고릅니다.

누군가는 샐러드 옆에서 닭가슴살까지 집습니다.

야식을 고르는 표정이라기보다

오늘 먹을 밥을 고르는 표정입니다.

다들 메뉴 선정에 제법 진심입니다.

🍱 편의점에서 저녁을 고릅니다

편의점 냉장고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도시락 몇 개 놓여 있던 칸이 이제는 꽤 넓습니다. 

김밥도 있고, 샌드위치도 있고, 샐러드도 있습니다.

한쪽에는 닭가슴살과 삶은 달걀도 있습니다.

밥집 메뉴판을 보는 건 아닌데,

한 끼를 고르기에는 부족한 게 별로 없습니다.

고르는 방법도 제각각입니다.

도시락 하나.

삼각김밥에 컵라면.

샐러드에 닭가슴살.

샌드위치에 우유.

각자 자기 방식대로 한 끼를 맞춥니다.

편의점인데 메뉴 고민은 식당 못지않습니다.

🌙 저녁일까, 야식일까?

같은 밤 11시인데 누군가는 하루를 거의 끝냈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퇴근했고,
누군가는 공부를 마쳤고,
누군가는 운동을 끝냈습니다.

그 사람에게 지금 먹는 도시락은 야식일까요?

그냥 오늘의 저녁일까요?

같은 시간, 같은 편의점인데도 밥시간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저녁을 사고,
누군가는 야식을 사고,
누군가는 내일 아침을 삽니다.

시계를 다시 봅니다.

여전히 23:08.

시계만 보면 야식 시간인데,

냉장고 앞은 아직 저녁시간 같습니다.

🍙 나는 과자 사러 왔는데

물 사러 왔다는 걸 잠시 잊었습니다.

도시락을 하나 봅니다.

제육볶음.

그 옆에는 돈가스.

아래에는 김밥.

가격까지 한번 봅니다.

아니, 나는 과자 사러 왔는데.



그런데 제육볶음에서 시선이 한 번 더 멈춥니다.

……괜히 봤습니다.

냉장고 문을 닫습니다.

그때 전자레인지에서 소리가 납니다.

삑. 삑. 삑.

앞에 있던 사람이 도시락을 꺼냅니다. 

젓가락 하나 챙겨 밖으로 나갑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그 자리에 섭니다.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넣습니다.

문을 닫습니다.

2:00

전자레인지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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