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아파요.” 그런데 지구가 아팠던 적이 있었을까?



“지구가 아파요.”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뉴스에서도 나옵니다. 환경 캠페인에서도 봅니다. 학교에서도 배웠습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빙하가 녹습니다.
기후가 변합니다.

그러니—

지구가 아픕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끄덕끄덕.

그런데 잠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지구가…… 아팠던 적이 있었나?

🌍 지구한테 물어볼 수는 없고

지구는 오래됐습니다.

아주 오래됐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몇십 년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지구는 가만히 있지도 않았습니다.

추웠다가, 뜨거웠다가, 수많은 생명이 나타났다가 잘 살다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생명이 나타났습니다.

그런 일이 수도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지구는 아직 여기 있습니다.

……

조금 묘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지구가 아파요”는 정말 지구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여기에서 살고 있는 우리 이야기에 조금 더 가까운 걸까요?

🌡️ 그렇다고 여기서 신나면 곤란합니다

“거봐. 원래 지구는 변했다잖아.”


아직 샴페인 따면 안 됩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온난화에는 인간 활동이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에너지를 씁니다. 무언가를 만듭니다. 자동차도 타고, 비행기도 타고, 계속 소비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온실가스가 지금의 변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구는 예전에도 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손자국도 찍혀 있습니다.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 우리는 그냥 좀 편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날 인간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랬던 것은 아닐 겁니다.

“자, 오늘부터 지구를 한번 괴롭혀봅시다.”

회의 끝.

그럴 리는 없겠지요.

그냥 조금 편해지고 싶었습니다.

추우면 따뜻하고 싶었습니다. 더우면 시원하고 싶었습니다.

먼 곳에는 빨리 가고 싶었고, 무거운 것은 기계가 들어줬으면 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은 쉽게 구하고 싶었습니다.

어제 주문한 물건은 오늘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주문한 것도 오늘 오면 더 좋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지금 오면 더 좋습니다.

……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다.

하나가 편해지면 그다음에는 조금 더 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편해졌습니다.

어느 날 보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되어 있습니다.

📦 그러다 환경을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탄소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플라스틱도 줄여야 합니다. 에너지도 아껴야 합니다.

환경을 생각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끄덕끄덕.

그러다 휴대폰을 봅니다.

무료배송.

음.

오늘 도착.

오.

새벽 도착.

……

손가락이 갑니다.

환경회의 종료.

🪞 알고는 있습니다

덜 써야 합니다.

압니다.

그런데 신제품이 나옵니다.

한번 봅니다.

조금 천천히 살아도 됩니다.

압니다.

그런데 배송이 하루 늦습니다.

휴대폰을 봅니다.

“내 택배 어디 갔지?”

새로고침.

에너지도 아껴야 합니다.

압니다.

에어컨 리모컨을 봅니다.

24℃.

음……

25℃로 올립니다.

오늘 지구를 위해 1℃ 양보했습니다.

그리고 소파에 눕습니다.

……

왠지 조금 뿌듯합니다.

환경을 걱정하는 것도 우리입니다.

더 편하고 싶은 것도 우리입니다.

둘 중 하나가 가짜인 것도 아닙니다.

둘 다 진짜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묘합니다.

🌍 그러다 처음 들었던 말이 다시 생각납니다

“지구가 아파요.”

지구는 우리가 나타나기 전부터 수없이 변해왔습니다.

그 위에서 생명이 나타났고, 사라졌고, 또 다른 생명이 나타났습니다.

지구의 시간은 계속 흘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환경을 바꾸는 데 우리도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더 편하고 싶습니다.
더 빨랐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풍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

다시 처음의 말을 봅니다.

“지구가 아파요.”

정말 지구가 아픈 걸까요?

어쩌면 사람이 아픈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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