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도착하면 연락해” 그 연락에도 골든타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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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저녁, 같이 있던 사람과 헤어집니다.

한 사람은 버스를 타러 가고,
한 사람은 반대쪽 지하철역으로 갑니다.

헤어지기 전에 한마디 합니다.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

“응.”



별것 아닌 말입니다.

몇 시까지 연락하라는 말도 없고,
도착 예정 시간을 보고하라는 말도 아닙니다.

그냥 잘 들어가라는 인사에 가깝습니다.

둘은 각자 집으로 갑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분명 대화는 끝났는데,
아직 마지막 메시지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도착했어.”

이게 와야 오늘의 만남이 진짜 끝납니다.

🕐 아무도 시간을 정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생겼습니다

집까지 30분쯤 걸린다고 했습니다.

20분.

아직 가는 중이겠지.

30분.

거의 다 갔겠네.

40분.

편의점이라도 들렀나?

50분.

......

집이 원래 저렇게 멀었나?

휴대폰을 한번 봅니다.
메시지는 없습니다.

이상합니다.

“몇 시까지 연락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도
“10시 47분까지 귀가 보고를 완료하겠습니다.”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이미
대충의 도착 예정 시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시간을 정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지각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누가 지각 처리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했습니다.

📱 귀가관리팀이 신설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정보들이 중요해집니다.

아까 버스 탄다고 했나?
지하철이라고 했나?
휴대폰 배터리는 있었나?
술은 많이 안 마셨지?

잠깐.

내가 왜 이 사람의 귀가 동선을 복기하고 있지?

아무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머릿속에 작은 부서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귀가관리팀.

직원은 한 명입니다.
야간근무입니다.
수당은 없습니다.

업무는 간단합니다.

연락 하나 기다리기.

그런데 연락이 안 옵니다.

🔎 “도착했나?”에서 “왜 연락이 없지?”로

처음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도착했나?

그런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질문이 바뀝니다.

왜 연락이 없지?

몇 글자 바뀌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첫 번째는 도착을 기다리는 질문입니다.

두 번째부터는
연락이 없는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휴대폰을 다시 봅니다.

혹시 왔는데 내가 못 봤나?

없습니다.

메신저를 다시 열어봅니다.

마지막 메시지는 그대로입니다.

“나 이제 간다.”

좋습니다.

마지막 기록 확보.

......

잠깐.

왜 기록을 확보하고 있지?

친구가 집에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걱정하는 사람의 직업이 바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였습니다.
조금 지나자 귀가관리팀 직원이 됐습니다.
조금 더 지나자 상황실 직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슬슬

수사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취업 과정이 상당히 빠릅니다.

🛋️ 그런데 그 시각, 상대방은 아주 평화롭습니다

화면을 반대편으로 돌려봅니다.

그 시각 상대방.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엽니다.
신발을 벗습니다.
옷을 갈아입습니다.
물을 마십니다.

샤워합니다.

침대에 눕습니다.
휴대폰을 켭니다.

쇼츠 하나.

둘.

셋.

다섯.

열.

평화롭습니다.




아무 사건도 없습니다.

본인은 자신이 현재
다른 집에서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한쪽은 일상물입니다.
한쪽은 미스터리물입니다.

같은 밤인데 편성이 다릅니다.

🚨 결국 상황실에서 먼저 연락합니다

한 시간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결국 메시지를 보냅니다.

“집이야?”

답장이 없습니다.

......

보내기 전보다 더 불안해졌습니다.

아까까지는 연락 하나만 기다렸는데,

이제 답장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업무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띠링.

“응ㅋㅋ 아 맞다. 연락하는 거 깜빡했어.”

......

끝.

귀가 확인.
안전 확인.
사건 없음.

샤워 후 쇼츠 시청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수사는 종결되었습니다.

용의자는 무혐의입니다.

아니,

애초에 용의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씻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나도 그랬습니다

생각해보면 반대였던 날도 있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
“응.”

집에 도착했습니다.

신발을 벗었습니다.
씻었습니다.
냉장고도 한번 열었습니다.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생각났습니다.

아. 연락.

급하게 보냅니다.

“나 집이야ㅋㅋ 깜빡했네.”

그때는 몰랐습니다.

연락 하나 조금 늦은 게 뭐 대수인가 싶었습니다.

다 큰 성인인데
집에 알아서 잘 들어갔겠지 싶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자리가 바뀝니다.

내가 말합니다.

“도착하면 연락해.”
“응.”

30분.

40분.

50분.

......

휴대폰을 봅니다.

그제야 알게 됩니다.

아.

이 말은 보내는 사람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더 오래 듣는 말이었구나.

⏳ 그 연락의 골든타임은 언제였을까?

30분?

한 시간?

도착하고 10분 안?

아마 그런 숫자는 아닐 겁니다.

집까지 걸리는 시간도 다르고,
버스를 놓칠 수도 있고,
어딘가 잠깐 들를 수도 있습니다.

대신 보이지 않는 경계 하나는 있습니다.

“아직 가는 중이겠지.”

라고 생각하던 시간이,

“왜 연락이 없지?”

로 바뀌는 순간.

그 순간부터 같은 연락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도착했어.”
한마디였습니다.

조금 지나면 귀가 확인이 됩니다.

더 지나면 안전 확인이 됩니다.

그리고 아주 많이 지나면,

“야. 살아 있냐?”

처음에는 일상물이었습니다.

시간이 장르를 바꿨습니다.

🏠 “도착하면 연락해”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내가 데려다주는 것도 아닙니다.
버스를 운전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집까지 따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 사람이 집으로 가는 동안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말합니다.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

어쩌면 이 말은
귀가 보고를 요청하는 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때까지 내가 조금 기다릴게.

그 정도의 말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연락이 옵니다.

“도착했어.”

별것 아닌 한마디입니다.

그런데 기다리던 사람은
그제야 휴대폰을 내려놓습니다.

오늘의 작은 미완료 항목 하나도 사라집니다.

☑ 잘 도착함.

그리고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 헤어지며 말할 겁니다.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
“응.”

둘은 각자 돌아섭니다.

한 사람은 집으로 갑니다.

다른 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아무도 신청하지 않은 작은 부서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귀가관리팀.

직원은 한 명입니다.

오늘도 야간근무입니다.

수당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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